🎤 장사군의 호객멘트 다다구리: 서울의 심장 소리를 듣다
서울 남대문시장.
대형 빌딩의 그림자 아래,
누군가는 고단한 하루를 목청으로 밀어낸다.
“다다~ 골라~ 싸다~ 싸다~ 오이오이~ 한 번 보고 가요~!”
이 소리에는 리듬이 있다. 의미는 없지만 메시지는 있다.
그 누구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이 외침을,
시장 사람들은 한 단어로 부른다. 다다구리.
말보다 빠른 소리의 언어
‘다다구리’는 이름부터 재미있다.
마치 어린아이가 소리를 흉내 내듯,
단어가 아니라 흘러가는 리듬이다.
이 리듬은 정제되지 않았기에 정직하다.
땀 냄새, 발걸음 소리, 이삿짐 박스가 긁히는 소리,
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한 사람의 목소리.
다다구리는 단순한 ‘호객 멘트’가 아니다.
그건, 삶 그 자체다.
심리의 문을 노크하는 언어
왜 우리는 이 외침에 멈칫하는가?
심리학적으로 보면, 리듬감 있는 반복과 억양은
뇌의 주의 회로를 자극하고,
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.
그래서 다다구리는 무의식의 문을 두드린다.
“어라, 뭐라고 했지?”
“아까 그 멘트 이상하게 웃겼어.”
“들어볼까?”
그 말에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,
내가 의미를 만들어내게 된다.
이게 다다구리의 마법이다.
상인은 그걸 안다. 학습하지 않아도 체득한 감각이다.
철학 없는 철학, 말 없는 메시지
시장에서는 누구도 화려한 수사나 설득 이론을 공부하지 않는다.
하지만 리어카 앞의 상인은 몸으로 아는 철학자다.
그가 외치는 ‘다다다다~’ 속에는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들어 있다.
“나는 오늘도 이 자리에 서 있다.”
“당신과 나 사이,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흐르고 있다.”
“내 소리는 오늘도 다르게 울린다. 왜냐하면 오늘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.”
다다구리는 이 도시에 말보다 앞선 소통이다.
우리는 그 소리 속에서
존재의 외침을 듣는다.
커뮤니케이션의 원형
광고 언어가 수백만 원을 들여 연구하는 것을,
남대문 리어카 상인은 몸으로 배운다.
그는 알지 못한 채로 브랜딩의 귀재다.
그의 목소리에는 ‘나’가 묻어 있다.
그 톤, 그 박자, 그 억양.
그 어떤 상표보다 확실하게 사람을 기억에 남게 한다.
그리고 이 모든 건 대본 없이,
매일 반복되지만 매일 새롭게 울려 퍼진다.
서울의 소리는 어디에 있는가
도시가 점점 더 무음(無音)의 세계로 나아간다.
에어팟을 낀 사람들, 무표정한 얼굴,
스피커 대신 자막이 흐르는 세상.
하지만 남대문시장 한복판엔
아직도 누군가가 소리로 사람을 부른다.
‘다다구리’는 소멸되지 않는다.
그건 장사의 수단이기 전에,
서울의 기억이며, 서민의 문학이고, 존재의 리듬이다.
마무리하며: 존재의 진짜 음성
다다구리를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다시 배운다.
말은 전달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.
말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.
그 외침이 들릴 때,
나는 서울이 여전히 사람 냄새나는 도시라는 것을 믿게 된다.
그건 상인의 목소리이기도 하지만,
사실은, 이 도시의 심장 소리이기도 하다.